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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오래도록 사랑받은 고전이기에 다양한 영화와 극으로 만들어진다. 이 중 내가 본 건 1935년 작으로, 윌리엄 디터리 감독의 흑백영화이다. 예전 영화라서 굉장히 어설프고 촌스러운 CG임에도 불구하고, 숲속의 반짝임과 요정들의 모습이 동화처럼 환상적이고 아름다웠다. ‘요정이 사는 숲’이라는 배경이 만들어내는 무한한 상상력은 매회 만들어지는 극에서 어떻게 표현될 것인지에 대한 기대감을 상승시킨다. 요즘의 정서와 한국의 언어로 풀어내는 한여름 밤의 꿈은 또 어떨지 설레며, 또다시 공연을 볼 수 있길 기대하는 중이다.

    ​줄거리

    사랑은 운명의 장난일까, 개척해 나가는 것일까. 귀여운 요정의 장난질에 놀아난 네 명의 남녀들은 달콤한 꿈에서 깨어나 각자 사랑의 결실을 맺게 된다.

    아테네의 공작 티시어스와 그의 약혼녀 히폴리터의 결혼식 사흘 전, 처녀 허미에의 아버지는 그녀의 결혼 상대를 강요하기 위해 공작을 찾아간다. 디미트리어스와 라이센더 두 청년 모두 허미에를 사랑했고, 허미에는 라이센더를 택했다. 둘은 서로 사랑했지만, 그녀의 아버지는 디미트리어스와 결혼을 강요했고, 공작에게 허미에가 아비의 말을 거역할 시 엄중한 벌을 내려 달라고 한다. 그러나 허미에는 죽을지 언정 마음에 없는 결혼은 하지 않겠다고 한다. 한편 다른 여인 헬레나는 디미트리어스를 짝사랑한다. 디미트리어스도 한때 그녀를 사랑했지만 허미에에게로 맘이 돌아섰고, 헬레나는 혼자 그의 사랑을 애걸한다. 라이센더와 허미에는 밤에 몰래 숲으로 달아나기로 하고, 이를 헬레나에게 비밀로 얘기한다. 그러나 디미트리어스의 고마운 인사라도 받고 싶었던 그녀는 사실을 이야기하고, 그 둘도 숲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이 숲에는 요정들의 왕 오베론과 티테니어, 그리고 요정들이 살고 있다. 그리고 그 숲에는 또 다른 인간이 들어가게 되는데. 공작의 결혼식에서 연극을 선보이기로 한 젊은 사내들 중 보텀이다. 공작의 자택에서 연습을 하던 중 보텀은, 지켜보고 있던 장난꾸러기 요정 파크에 의해 당나귀 머리로 변해버린다. 오베론과 티테니어는, 그녀의 시종 아이를 오베론이 탐내면서 다투게 된다. 끝내 티테니어가 아이를 내놓지 않자, 오베론은 사랑의 꽃즙을 이용해 골탕을 먹이려 한다. 오래전 큐피드의 화살을 맞은 꽃의 즙을 눈에 바르면, 잠에서 깨어나 처음 보는 것이 무엇이든 사랑에 빠지게 한다는 설이 있었고, 그것을 그녀의 눈에 바르기 위해 파크를 시킨다. 그리고 오베론은, 디미트리어스와 헬레나의 다툼을 엿보고, 돌아오는 길에 아테네 옷의 청년을 보거든 꽃즙을 바르라고 시킨다. 하지만 피크는 모르고 라이센더의 눈에 꽃즙을 발라버렸고, 그가 잠에서 깬 순간, 마침 숲을 돌아다니던 헬레나를 만나고 만다. 한순간에 여인 허미에를 두고 헬레나에게 빠진 라이센더. 뒤늦게 실수를 수습하기 위해 오베론은 다시 디미트리어스를 찾아 꽃즙을 바르게 했고, 결국 두 남자 모두 헬레나에게 사랑에 빠지고 만다. 두 남자가 갑자기 자신을 조롱한다고 생각하는 헬레나. 그리고 뒤늦게 나타난 허미에는 사랑하는 남자를 빼앗기고. 결국 두 남자와 두 여자는 서로 싸우게 된다. 한편 오베론은 꽃즙을 드디어 티테니어의 눈에 바르고 마는데, 그녀가 눈을 뜨고 만난 사람은 다름 아닌 당나귀 얼굴로 변한 보텀이다. 괴물의 모양새를 한 보텀에게 빠진 티테니어를 보고 오베론와 파크는 재밌어한다. 그리고 이제 이들이 저지른 장난질을 되돌려야 할 시간이 왔다. 사랑의 착각을 지워주는 약즙을 티테니어에게, 그리고 한창 전쟁을 치를 네 남녀를 재워 라이센더의 눈에 발라준다. 오베론은 잠에서 깨어난 티테니어에게 아이를 얻었고, 보텀은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무사히 돌아간다. 원래의 사랑을 되찾은 라이센더와 허미에, 그리고 새로운 사랑을 시작한 디미트리어스와 헬레나는 모두의 축복 앞에 사랑을 하게 된다. 이들은 모두 그날 밤 숲속의 일을 아련한 꿈을 꾸고 깨어난 것처럼 남아있다. 보텀과 친구들의 우당탕탕 서툰 연극은 무사히 결혼식을 빛내 주었고, 구경하러 온 요정들의 축복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A Midsummer night's dream in Sanfrancisco Ballet

     

    리뷰

    ‘한여름 밤의 꿈’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셰익스피어의 희곡이자, 수많은 고전 중 지금까지도 가장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아주 대중적인 희곡 중 하나이다. 한여름 밤의 꿈이란 제목은 이미 관용어처럼 순간의 짧지만 낭만적인 다양한 상황 속에서 쓰이며, 노래, 글 등 수많은 예술 작품의 타이틀로 자리매김하였다. 아름다운 마무리와 이해하기 쉽게 잘 짜인 구성, 판타지와 현실의 경계에서 다양한 해석과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낼 수 있다는 점에서, 연령대에 상관없이 희곡을 잘 모르는 그 누구라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작품이지 않을까 싶다.

    극 초반, 사랑을 받지 못한 헬레나는 ‘사람은 눈으로 보지 않고 마음으로 보는 거야. 그러기에 날개를 가진 큐피드는 장님으로 그려지는 거겠지, 사랑의 마음은 조금도 분별심이 없어, 그러기에 사랑의 신을 어린애라고들 하잖아’라고 한다. 아름다운 외모의 헬레나지만, 정작 디미트리어스의 눈엔 그렇지 못한 그녀는 허미에의 외모를 부러워한다. 당나귀와 사랑에 빠진 티테니어처럼, 사랑에 빠지면 누구나 장님이 되어버린다. 그렇기에 사랑은 아름다움 같은 것이 아닌, 어린 요정 파크의 장난처럼 분별심 없이 물불 안 가리는 성미일 뿐이다. 화살이나 꽃즙 같은 운명의 장난 같은 게 사랑이라, 시간이 흐르면 꿈에서 깨어난 것처럼 흐려지기도, 흐르는 물처럼 변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그 속엔 요정이나 신들은 개입할 수 없는, 사랑이 그저 장난이 아닌 무엇보다 뜨거운 진심으로 다가가는 인간의 의지가 있기에 변화하고 나아간다. 그리스 로마 신화가 재밌는 게, 수많은 신들이 등장하지만, 하나같이 신들은 인간적이다. 화도 내고 질투하고, 실수도 하고 사랑에 빠지고 울기도 하며, 장난도 친다. 종교 속 예수와 부처와는 확연히 다르다. 하지만 신과 인간이 아무리 비슷하더라도, 그들은 절대 알 수 없는 인간들만의 ‘삶의 의지’라는 것이 있다. 인간의 의지가 만들어내는 사랑 앞에, 결국 신들은 마음을 열고 받아들인다. 오랜만에 좋아하는 신과 인간 커플 이야기 ‘에로스와 프시케’를 읽어야겠다. 그리고 사랑은 역시 진지하게 불타오르면서도, 너무 귀엽고 재미있다. 나는 몽롱한 꿈에 젖은 것처럼 달콤하고 귀엽게 사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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