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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명화
대한민국의 희곡작가 김명화는 1966년 김천에서 태어났다.
이화여자대학교 교육심리학과에 입학 후,교내 연극반에서 활동한 것을 계기로 중앙대 대학원에서 연극학을 전공하였다.
1997년 <새들은 횡단보도로 건너지 않는다>로 희곡작가에 등단했다.
대표작으로는 <첼로와 케찹>,<돐날>,<카페신파>,<꿈> 등이 있다.
현재 극단 <난희>의 대표로, 연극 연출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줄거리
우리 부모님 세대에도 미래를 꿈꾸던 화창한 봄날이 있었다. ‘돐날’은 ‘지호’와 ‘정숙’의 둘째 딸 돌잔치에 모인 친구들과 함께 벌어진 하루의 단상을 통해, 386세대라고 불리는 그 시절 젊은이들이 결혼을 하고 아기를 낳고 각자의 꿈을 접으며 30대에 들어서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지호는 시간강사로 일하고 있고, 정숙의 미술학원 수입으로 간간이 버텨 나가는 부부다. 그럼에도 이들의 돌잔치는 친구들과 함께 다양한 술과 안주들로 치러지고, 몸이 좋지 않은 정숙은 음식을 해 나르느라 고생을 한다. 좋지 못한 사정 속에서 축하받아야 할 둘째 딸의 존재가 마냥 반갑지 않은 정숙은, 떼쓰고 우는 갓난 아이에게 갖은 넋두리를 한다. 대학 동기이자 미술학도였던 정숙과 친구들은, 미국으로 유학 간 경주가 온다는 소식에 저마다 열띤 반응을 표한다. 경주는 정숙과 가장 친한 친구였고, 더군다나 지호와 경주가 한때 정숙 몰래 사귀었던 소문을 들은 신자와 미선은 정숙 몰래 쑥덕거린다. 그래도 간만에 젊은 시절 이야기를 나누면서 웃고 떠들다 보니 어느새 남편 친구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한다. 시인, 다단계 직원, 오만한 졸부와 하청업체 직원 등 직업도 성격도 다양한 이들은 술에 취하면서 서로의 상처를 찌르고 헐뜯기도 한다. 또 이혼을 하고, 남편과 맞바람을 피우는 신자와 미숙과도 한번 해보려고 갖은 저질스러운 대화도 오고 간다. 이미 젊은 시절 패기는 사라지고 가부장적인 꼰대만 자리 잡은 지호는, 술에 취해갈수록 정숙에게 큰 소리를 친다. 더 많은 술과 음식을 요구하고 급기야 정숙에게 돈에 야박하고 궁상떠는 여편네라며 시비를 턴다. 이들의 언쟁도 잠시, 친구 성기는 이번에 경영 대학원을 들어가게 됐다며 지호에게 오백을 줄 테니 논문을 대신 써 달라고 한다. 돈만 많고 사람들 무시하는 태도의 성기는 지호의 심기를 건드렸고, 남 등쳐먹고 살지 말라면서 싸우기 시작한다. 이 둘의 싸움은 지호를 말리는 정숙에게까지 불똥이 튀었고, 결국 지호는 정숙에게 ‘돈에 미쳐 애까지 죽이는 살인자’라며 소리친다. 정숙은 힘든 형편에 셋째를 감당할 수 없어 유산을 했고, 수술한 지 채 일주일도 안 되는 상황에 돌잔치 상을 차려내고 있었다. 밥상은 엎어지고 싸움이 오가는 와중에, 술을 사러 간 신자가 경주를 데리고 올라온다.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경주. 그리고 이내 상황은 정리되고 친구들은 하나둘씩 집으로 떠난다. 지호도 2차를 가고, 마침내 경주와 정숙 둘만 남겨진다. 담담히 안부 인사를 하는 경주와 정숙. 끝내 정숙은 울음을 터트리고, 고된 하루에 지쳐 잠이 들고 만다. 잠든 정숙 앞에 경주는 자신의 사정을 고백한다. 그녀는 유학에 실패했고, 전시도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한국에 들어온 것이며, 어머니의 장례식장을 다녀오는 길이었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폭행을 회상하던 중, 지호가 대필 논문 값 오백을 들고 들어온다. 사실 경주는 지호를 사랑해서가 아닌 사랑하는 친구 정숙에게서 지호를 떼어 내기 위해 접근했던 것이 밝혀진다. 그러나 지호도 이 사실을 알고도 경주를 만난 것이었고, 거짓 사랑에 화가 난 경주와 술에 취한 지호의 언쟁은 몸싸움으로 번지고 만다. 경주의 어린 시절 아버지를 떠올리게 했던 식칼. 그 식칼로 지호를 방어하던 중 끝내 지호가 칼을 향해 자신의 배를 던진다. 모든 것을 끝내고 싶었던 지호는 편히 잠들고. 지호가 사 온 케이크에 경주가 대신 생일 축하 노래와 함께 불을 붙이며 막을 내린다.
리뷰
지호, 정숙, 경주 그리고 친구들. 모두 급변하는 한국 사회의 마지막 세대로써, 그들의 젊음과 빛나는 꿈, 사랑은 그렇게 희생당하고 무너졌다. 돈 앞에 굴복하지 않고 소신 있는 지식인이자 이상주의자로 살고 싶었던 지호, 그리고 블레이크를 좋아하던 꿈 많은 미술학도 유망주 정숙. 몇십 년째 시간강사로 제대로 된 밥벌이를 하지 못하는 지호를 대신해 정숙은 많은 것들을 희생한다. 자신의 꿈도 포기한 채 그녀는 이제 아내로서, 엄마로서 살아간다. 그럼에도 그녀의 희생을 알아주지 못한 채, 아내란 그저 집에서 살림만 하며 빈둥빈둥하는 존재라는 그 시절 사고방식과 가부장적 제도에 절여진 지호는 고마움은커녕 도리어 윽박지르고 무시한다. 그의 소신을 이해해 주지 못한 채 그저 돈 얘기만 하는 정숙이 야박하고 숨 막힌다. 결국 이 현실 앞에 소중한 자신의 아이를 떠나보내는 선택을 택한 정숙. 그리고 그런 정숙이 그저 경멸스러운 지호. 그리고 너는 그렇게 살지 말라는 엄마의 바램 대로 이 현실을 떠나 훨훨 날아오르려 한 경주는 끝내 과거의 발목과 자본주의 앞에 추락한다. 날개 잃은 청년들. 이들은 종종 극 안에서 과거 대학시절을 회상한다. 그러고는 꺄르르 웃기도 한다. 그리고 이들의 이야기는 ‘극’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사실적인 주변의 이야기다. 현실에 무지하고 이상적인 지호의 모습에 대부분 반기를 들겠지만, 이것이 우리 부모의 모습이자 현실인 것을. 날개를 꺾고 현실에 순응하는 사람, 그리고 순응하지 못하면 뒤처지는 사람. 저마다의 사연은 각자의 가면을 쓰고 현실 앞에 곪아간다. 빛바랜 그들의 꿈이 종종 자식들에게 투영되기도 하는 지금 이 현재, 우리들이라고 당신들과 다를 게 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현실 앞에 희생해야 할 많은 것 중 자기 자신을 택하고야 만 그들의 과거 그리고 나아가 우리의 미래 앞에 조금은 초연해질 수 있으면 좋겠다.
명대사
"재밌었어 그땐. 그 시절엔 정말 뭐든지 할 것 같았어, 뭐든지 해도 될 것 같았어. 이상한 해방감과 자유로움 때문에 사는 게 자신만만했지.
그림 그리는 것도, 술 마시는 것도, 바람이, 폭풍이, 태풍이 휘몰아쳐도 무섭지 않았어. 모든 게 아름다웠어.
외로움도 감미롭고, 세상 향해 적개심 갖는 나도 사랑스러웠어. 그래 적개심마저 사랑했지.
교청 자욱하던 최루탄 가스에 이를 갈면서도 나는 하루에 몇번 씩이나 큰 소리로 웃었어.
그래 경주야 나 그땐 정말 하루에 몇 번씩이나 큰 소리로, 이렇게, 하하하하.....". -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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